남겨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진들은 사라진 것들 뒤에 남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워진 공간, 멈춘 움직임, 닿지 않는 감정, 그 자리엔 아직 누군가의 존재가 머물러 있습니다. 컵 속에 잠긴 한 줄의 글씨는, 비워진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입니다. 유리컵은 마셔지는 그릇이 아니라, 기억이 반사되는 공간입니다. 인형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한 쪽 다리는 이미 떨어지고 있습니다. 추락하는 건 단지 관절이 아니라, 내가 놓친 나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부서질 수 있습니다. 한 짝의 운동화는 빛과 어둠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다른 한 짝은 이미 멀리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움직임이 사라졌을 때, 나는 그가 얼마나 멀리 갔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안경은 사라졌지만, 그를 담았던 케이스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빛은 그림자를 남기고, 그 자리는 아직 따뜻합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초상화입니다. 이 연작은 상실을 응시하지만, 슬픔을 전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건, 남겨진 자리, 그리고 그곳에 여전히 머무는 마음입니다.

벽에 기댄 채, 바람 빠진 듯 주저앉은 하트 풍선은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랑은 아직 남아 있지만, 그것을 담고 있던 부풀음은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이 풍선은 사라진 감정이 아니라, 한때 뜨거웠던 마음의 자취를 조용히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흰 의자는 고요한 벽 앞에 홀로 서 있습니다. 누군가 잠시 앉았다 떠난 것처럼, 그 자리엔 미세한 기울기와 온기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 두 장면은 말합니다. 우리는 떠나지만, 자리는 남습니다. 마음은 흩어지지만, 감정의 윤곽은 공간 안에 남겨집니다. 이곳은 상실의 공간이 아니라, 감정이 마지막으로 눌려졌던 자리입니다.

한쪽으로 휘어진 옷걸이에 걸린 별무늬 담요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천은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듯, 하지만 끝자락만 겨우 옷걸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 장면은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으려는 무력한 몸짓을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 담요는, 조심스럽게 개켜진 채 커튼 옆에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마지막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합니다. 흐릿한 그림자와 희미한 빛, 그 사이에 감정의 여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연작은 상실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억의 잔상을 조용히 품고, 다시 접어 둡니다.

"이 작은 브로콜리는 균열진 바닥 위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곁을 지켜주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이곳에 머물며 묵묵히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처럼,
우리는 때로 어긋나고 놓쳐버린 관계 속에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상처 난 자리, 금이 간 마음.
그 모든 것을 껴안은 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존재하고 있는 이 작은 생명은
'비워진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은,
결국 우리 안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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